아무한테도 말 못 할 얘기들

일기

좋아한다는건 뭘까.

🌧️ 비 오는 날, 내 마음도 흐림.
2026. 3. 6 금요일

윤슬이 오늘도 태연하게 웃었다.

나는 안다. 저 웃음 뒤에 뭐가 있는지.

노트, 규칙, 매일 새로 읽어야 하는 어제.

제일 친한 친구인데, 나는 매번 다시 소개받는 사람이다.

그래도 괜찮아. 나만 기억하면 되니까.

근데 요즘 노트에, 자꾸 같은 이름이 나온다.

…걱정된다. 저러다 또, 혼자 상처받을 텐데.

2026. 3. 8 일요일

윤슬이 전화로 말했다.

"딱 3일만, 진짜로 사랑해보기로 했어."

…미쳤어? 라고 말할 뻔했다.

근데 목소리가 너무 담담해서, 못 그랬다.

3일 뒤엔 다 태울 거라고. 그게 자기가 낸 결론이라고.

말리고 싶었는데. 말릴 자격이, 나한테 있나.

매일 아침 백지로 깨어나는 게 어떤 건지, 난 모르니까.

2026. 3. 9 월요일

복도 끝에서 봤다. 윤슬이랑 그 사람.

뭔가 얘기하더니, 같이 걷더라.

윤슬 표정이, 평소보다 편해 보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왜 내가 이걸 보면서 마음이 복잡하지.

…모르겠다.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어둘게.

2026. 3. 10 화요일

오늘 셋이 같이 하교했다.

그 사람이 별거 아닌 농담을 했는데,

윤슬이 크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근데 웃으면서, 자꾸 그 사람 쪽을 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뭐지, 이 느낌.

아니야. 아닐 거야. 그냥, 신경이 쓰이는 거겠지.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그래서다.

3일
2026. 3. 11 수요일

오늘이다. 마지막 날.

윤슬이 다 말할 거라고 했다. 전부 다.

기억상실도, 거짓말도, 진짜 마음도.

나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윤슬그 사람 앞에서 무너지는 걸 봤다.

그리고, 안겨서 우는 것도.

다행이다, 라는 마음.

그리고 그 옆에,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마음.

…나 지금 뭘 느끼는 거지.

친구가 사랑을 고백하는 자리에서,

나는 왜 그 사람의 표정만 눈에 담고 있었을까.

2026. 3. 15 일요일

윤슬이 결국 노트를 안 태웠다.

매일 잊는 건 그대로인데, 그 사람을 택했다.

매일 새로 사랑에 빠지는 쪽을, 스스로 골랐다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부러웠다.

저렇게 매달릴 수 있는 마음이.

나도 그런 마음이 있다면

…아니야. 이건 적지 말자.

친구가 행복한 거야. 그거면 됐어.

2026. 4. 2 목요일

오늘도 윤슬그 사람 이름을 처음 부르듯 불렀다.

매일 처음이라, 매번 조금 더 예뻐 보이나 보다.

그 사람도 이제 익숙하게, 자기소개를 다시 해준다.

그 장면을, 나는 몇 번을 봐도 뭉클하다.

내 마음은 아직 다 정리 못 했다. 솔직히.

근데 오늘은, 그냥 이렇게 적기로 했다.

내가 뭘 느끼든, 윤슬이 웃는 게 먼저라고.

그거면, 일단은 됐다고.

비 그치면, 우산 접어야지.